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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방법론

융합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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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꼴의 인간이란 부분적 인간을 말합니다.

전문성을 얻는 대신 전인성을 상실한다는 것이 근대적 인간의 운명이죠. 이것은 근대적 학문의 운명이기도 합니다.

근대적 학문은 분과 과학이고 분과 학문은 사고를 가두는 상자와 같습니다.

상자 안에 갇힌 학자는 세상과 삶의 세계와 분리되는 동시에 다른 상자의 학자와도 고립되죠.

융합 연구는 '부채꼴 사유의 한계를 타파하자'. 이런 필요성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융합 연구가 제도적 안정성을 획득하기까지는 아직도 무수한 시행착오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날 융합 연구가 일반화되고 있는데 이런 융합 연구의 일반화 배후에는 어떤 역사적 필연성이 있을까요?

융합 연구가 시대를 이끌어가는 주도적인 흐름으로  발전해 가는 배경에는 또 어떤 인식론적 지각 변동이 자리 잡고 있을까요.  현대 융합연구는 고대나 근대의 통합 학문의 이념과 또 어떻게 구별될까요?

 

 

1. 융합적 사고란 무엇인가?

융합적 사고가 성립하기 위한 어떤 1차적 조건 같은 게 있다면 그게 도대체 무엇일까요?

스노의 유명한 강연, '두 문화와 과학 혁명'은 인문학과 자연과학 사이의 문화적 단절이 초래할 중대한 사회적 손실과 역사적 퇴행의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과학자와 과학 철학자 이 두 그룹 사이에 계속되는 논쟁은 지속되어 왔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인문학과 자연과학 사이의 융합을 거론하게 된 배경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저작이 있습니다.

그것은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이 외국에서와는 달리 유독 국내 독서에 과잉 반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아마 통섭이라는 번역어가 야기한 착시 현상에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통섭이라는 말은 학문들의 상생적인 참여를 의미하는 듯한 그런 좋은 인상을 주죠. 가장 높은 수준의 창조와 오묘한 조화를 말하고 있는 것처럼 들리지만 정작 내용을 보면 환원주의에 가깝습니다.

자연과학에서부터 인문사회과학을 거쳐서 예술에 이르는 온갖 지식을 생물학 중심으로 통일한다는 무차별한 환원주의의 이상이 반영된 개념이라는 것이죠. 

최근에 통석과 지적 사기라는 책이 발표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전서부터도 국내에 많은 과학 철학자들이 이런 통석 개념을 비판하는 글을 발표해 왔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과학적 문화와 인문적 문화 사이에 아직도 그 전쟁이 계속되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2. 융합의 여러 유형

다학제 연구, 학제 간 연구, 초학제 연구 이런 이름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1) 다학제 연구:

이것은 융합에 참여하는 각각의 학문이 자기의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입니다.

(2) 학제 간 연구:

융합에 참여한 학문들이 서로 영향을 미쳐서 서로 침투하고 해서 약간의 변화를 일으키는 경우입니다. 비빔밥처럼 섞여서 조금은 다른 맛을 내는 것이죠. 

(3) 초학제 연구:

융합의 강도가 훨씬 더 세서 여기 참여하는 이론이나 학문 내 정체성이 완전히 변하게 되는 겁니다. 비빔밥보다 더 강한 미역국과 같습니다. 거기 원래 재료들이 가지고 있던 성격이 상실되고 새로운 성질을 얻게 되죠.

 

 

3. 융합의 조건

융합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런 응용과학기술 분야에서의 융합이 있기 위해서는 순수 이론적인 분야로 하강할 해야 합니다.

또 순수 이론 분야에서의 융합 연구는 물리학이라든가 분자 생물학이라든가 이런 또 뭐 인지과학이라든가 이것은 철학 인식론 존재론으로까지 내려갔다 올라와야 합니다.  그래서 융합의 마지막 비밀은 하강의 기술에 있습니다.

연구를 하더라도 가급적 가장 기초적이고 초고적인 수준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과학의 개념들과 철학은 끊임없이 상호 역동하는 관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논증과 서사의 대립 속에서 창의적 사고가 발전되어 가고, 정신적 성숙 또한 되어가는 것입니다.

이러한 융합 담론은 어제오늘의 일만이 아닙니다.

동서를 막론하고 고대부터 인간은 '세상의 모든 지식이 하나로 통한다'는 믿음을 지녀왔습니다.

 

역사적으로는 플라톤이 그랬습니다.  플라톤은 대수, 기하, 천문학 등의 이런 수리 과학에서 분과 학문들의 가능성을 말했습니다.

수학은 일반적으로 지식 전체를 하나의 연역적 체계로 봅니다. 오늘날에는 이 수학의 역할을 '기술'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IT 기술, 생명 과학 기술, 인공지능의 발달은 인간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꾸어 놓았고,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인공지능의 발달로, 과학적 실험과 관찰은 첨단 기술에 의해 무한히 확장된 지각과 기억 공간으로 대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현대 과학의 진보는 모두 기술이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어떠한 학문도 각자 자기에서 비롯되는 다른 학문들 없이 그래서 상호 연쇄적인 정체를 동시에 고려하지 않는다면 완전하게 파악될 수 없다고 데카르는 말했습니다.  최근의 융합 연구는 분과 학문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이론적 영역 각각의 고유한 이론적 중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영역 간의 이동과 번역 혹은 공명의 가능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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