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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교육 활동을 위한 교사와 학부모의 파트너십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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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9일 서울교육대학교에서 열린 학부모 학회에 종합토론 패널로 참여하였습니다. 이곳에서 선생님들이 모아주신 바람직한 교사와 학부모간 파트너십에 대해 의견을 전달하였습니다.

 

1. 선생님들께서 말씀하신 교사, 학부모의 파트너십이란?

https://padlet.com/olafeeteacher1/padlet-bbfp88igtzf49kuu

 

교사와 학부모의 파트너십, 그 미래를 논해 봅시다.

학부모와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한 선생님들의 생각을 학부모교육 담당자, 학계 교수, 학부모 단체에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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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께 감정은 배제하고 이성과 논리적으로 담담하게 써주시기를 부탁드렸습니다. 그 결과 120분이 넘는 선생님들께서 본인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파트너십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이 내용을 정선하여 1차 코딩, 키워드를 요약하여 선생님들께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2. 9.4 이후 뜨거운 여름, 교사들의 절규가 결코 헛되지 않은 이유

교권과 교육활동을 둘러싼 권리, 의무 주체들 간의 이해 충돌과 갈등은 해방 이후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습니다. 

공주교대 전제상 교수님께서 하나씩 정리해 주신 다음의 연표를 보니, 지금의 교권 피해가 어떠한 맥락으로 심화되어 왔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교육 공동체 내의 갈등

 

그 학회에 계신 많은 교수님들과 박사님들께서는 학교 현장의 교육적 문제 상황이 사법부의 판단에 기대어 해결하려는 풍조에 충분히 공감하고 계셨습니다. 제가 발표한 교권 추락, 바람직하지 않은 파트너십 사례에 대해 적잖이 놀라기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어떤 분은 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하셨습니다.

 

"그 뜨거운 여름에, 아스팔트 위에 앉아서. 선생님들께서 몇 주 동안 지속적으로 같은 목소리를 내는데.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에는 어떤 정치적인 목적도, 분파도, 좌우도 없었습니다. 

선생님들의 절규하는 목소리가 결코 공중으로 흩어져 버린 것이 아닙니다. 

전 국민이 들었고, 공감했습니다. 

하나의 어떤 노조가 해낸  것이 아니고, 개개인의 무수한 점이 낸 동일한 목소리가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우리 사회에 문제의식을 일으켰습니다. 

 

교육활동을 위한 대책

 

그렇게 되기까지는 너무나 많은 선생님들이 피해를 받으셨지만, 교육활동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작된 것입니다. 

이 학부모학회만 해도 그렇습니다. 

현장의 교사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저 같은 교사에게 의견을 묻고 토론의 자리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3. 까만 점이 해낸 것

  • 교권 보호 4 법. 교권지위법 수정.
  • 정당한 교육활동 아동학대 면책 법사위 통과.
  • SPO의 학교폭력 조사 적극적 개입.
  • 함께 학교 소통 플랫폼 신설

 

이 외에도 우리 인디스쿨이 만들어낸 TF 보고서, 각 노조의 적극적인 의견 전달, 무엇보다 각 선생님들의 간절한 염원들이 만들어낸 성과가 있습니다. 법 하나가 통과되기까지, 아니 법의 어구 하나만을 바꾸는데도 20년이 걸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2023년의 선생님들이 잘못된 것을 강하게 주장하였고, 법이 빠르게 개정되었습니다.  그리고 희망적인 것은 아직도 올바른 교육이 무엇인가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가 우리나라에는 존재합니다. 

 

 

4. 교사들이 분노했던 이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마약, 치안 문제가 심각합니다. 강도, 절도 사건이 매일 일어나기도 합니다. 심지어 경찰은 400달러 이하의 강도 사건은 인력난의 문제로 인해 조사조차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노트북을 자리에 올려놓고, 화장실을 다녀와도 그 자리에 고대로 있죠. 가장 비싼 핸드폰을 두고 가도 그렇습니다. 그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든 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교육, 교사, 학교의 역할이 엄연히 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아이의 감정 문제'를 우선시하는 최근의 달라진 인식은 미래의 대한민국을 걱정하게 합니다.  캘리포니아의 치안이 멀지 않은 일입니다. 소수의 악성 민원인이 던진 교사의 사기 저하는 전체 아이들의 피해로 돌아옵니다. 많은 학부모들이 '옳고 그름'의 문제보다 '내 아이의 감정 받아들이기'를 1순위로 담임교사에게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과연 옳고 그름보다 감정 존중이 중요한 것일까요?

모든 아이들의 감정만 받아들여주다가, 아이들의 권리가 충돌하는 일은 없을까요?

그 아이의 감정은 모든 경우 정당화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아직 어린아이들은 감정을 받아들여주기만 하고, 훈육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잘못된 행동을 합리화하기 쉽습니다. 많은 학부모 상담이 빈말 대잔치로 바뀌어 가고 있는 이유는 아이에 대한 칭찬만이 학부모들에게 좋은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상담을 통해, 아이에 대한 개선점을 찾아야 하는데요. 도무지 학부모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므로, 지적하기가 어렵습니다. 내 아이가 최고여야 하니까요. 도대체 무엇이 이런 생각을 갖게 하였을까요?

 

5. 앞으로의 과제 

현행 학교 제도가 온전하게 옳기만 하다고 말씀드리기도 어렵습니다. 아직도 개선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잘못된 승진제도, 열정을 가진 개인의 교사가 견뎌내기 어려운 교직 내부의 구조의 문제가 존재합니다. 이런 것들을 공교육 내에서도 고쳐 나가려는 자성의 목소리가 함께 할 때, 교권 회복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릴 수 있음을 충분히 압니다.

 

그렇게 공교육 스스로도 개선해 나가는 동안, 교사와 학부모의 파트너십이라는 자양분이 필요합니다. 학부모는 자신의 아이를 담당하는 담임교사를 신뢰하고, 지지하여야 합니다. 1:5의 케어가 가능한 어린이집 교육환경에서 받는 서비스를 기대하려면, 교사 1인당 학생수가 아닌 학급당 학생수를 5명으로 우선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4년간의 교육과, 몇 해에 걸친 실습을 해낸 교사를 믿고, 지지를 보내야 합니다. 놀랍게도 부모의 지지 여부가 학생에게 고대로 전달됩니다. 아이는 부모의 시각으로 교사를 봅니다. 자신이 신뢰하지 않는 사람에게 교육을 받는다면, 그 아이가 대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아이를 담임하는 교사를 불신하는 것은 곧 자신의 자녀가 속할 사회를 불신하라고 부추기는 것과 같습니다. 아이가 접하는 최초의 사회는 곧 학교니까요.  

 

교사 또한 학부모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함께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소수의 악성 민원인이 주는 부작용으로 인하여 소통을 단절해서는 안된다는 말씀을 많은 분들이 해주셨습니다. 악성 민원인이 소수가 아닐뿐더러,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지만요. 충분하지 않은 소통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교육에 대한 철학을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교육과 보육의 경계는 매우 흐려지고 있습니다.

초등교육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초등교사는 어떤 부분에 전문성이 있는지. 

계속 묻고, 학교는 무엇을 하는 곳인지에 대한 명확한 역할 규정이 필요합니다. 

학교 현장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믿고, 교사에 대한 신뢰, 교육에 대한 신뢰를 서로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아이를 낳아놓았으니 , 국가가 알아서 키우라는 태도 또한 옳지 않습니다. 아이가 가장 많은 일생을 보낸 곳은 학교이고,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은 부모입니다. 가장 중요한 기초 인성 교육은 가정에서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여름 내내 무더위와 싸워 가며, 현장의 피 토하는 목소리를 묵묵히 전달하시는 선생님들을 보며.

이렇게 온순하고 세상 착한 선생님들을 이토록 화나게 한 것이 무엇일까.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매주 이런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입니다. 

막상 그 뜨거운 여름이 끝나고,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어 좌절하고 속상해하시는 선생님들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이 각자의 까만 점은 희망을 노래했습니다. 

희망의 노래는 결코 흩어지지 않았습니다. 

13년 동안 수당이 동결될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스스로를 공노비라 자처하며, 시간 외 수당을 받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야근을 하던 교사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우리의 처우 개선은커녕, 교육할 수 있는 권리만이라도 달라고 애원했습니다. 

더 이상 죽어가는 동료, 후배만이라도 없게 권력의 균형만이라도 되찾아 달라고 애원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까만 점이었습니다. 

한잔의 유리컵에 계속 먹물을 떨어뜨리면 결국은 물이 까맣게 되듯이 

많은 사람들에게 가 닿았습니다. 선생님들은 해 내셨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통해, 대한민국의 교사들이 얼마나 교육과 현장을 사랑하는지 

이 나라의 교육을 위해 얼마나 위기의식을 느끼고, 고치고 싶어 하는지

많은 분들이 직접  목격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파트너십, 신뢰를 회복합시다.  

그러기 위해서 저도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학교가 변하고 있고, 교육을 위해 고민하는 교사가 이렇게 많다. 촌지 받고, 농땡이 부리고, 철밥통인 교사의 이미지가 고루한 일부 잔재에 불과하다는 신념을 학부모들에게 알리고 안심시키고 싶습니다. 학생들이 오고 싶어 하는 학교, 즐거운 배움이 일어나는 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오늘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현장의 교사분들께.

부디 지치지 마십시오. 

우리는 잘해 왔고, 잘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해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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