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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교육

과학 교육에서도 '참여와 실천'이 중요해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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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역시 인간 사회의 문화 중 하나입니다  과학은 지속적으로 전문화되면서, 동시에 총체적으로 사회 문화와 엮여 있는 것입니다(이선경, 신명경, 2017: 7-8). 이전 포스팅에서도 다루었듯이, 과학교육에서도 윤리적인 이슈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2022.03.29 - [과학교육] - 과학교육에서도 인성교육을 강조한다고?-SSI교육이 중요한 이유

 

과학교육에서도 인성교육을 강조한다고?-SSI교육이 중요한 이유

기후변화, 생명공학, 에너지 고갈로 인한 사회 문제 등 전 세계적으로 과학교육 연구자들이 SSI에 대해 대처하는 능력인 과학적 소양의 함양을 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Sadler, 2004, NRC, 201

schoolforkids.tistory.com

이제 더 이상 과학교육이 학문의 영역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결국 과학문화와 사회적 쟁점에 참여하는 '과학적 소양'을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그 과학적 소양을 어떻게 기르느냐는 '참여와 실천'이라는 용어로 우리 한국 과학 교육과정 전면에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1. 언어적 활동의 한계

기존 과학교육에서 이루어졌던 탐구나 토론에 대한 연구들은 학생들의 직접적, 총체적인 참여나 실천을 보여주는데 분명한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상호작용 양상이나 참여 구조를 살펴본다고 하더라도 이 아이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제 현장에서 참여하는가에 대해 명료하게 보여줄 수 있는 근거 자료로는 빈약하기 때문입니다. 주로 언어적인 논변에 치중하기 때문에 구조화된 상황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 상황에 이르기까지는 교사나 학생뿐 아니라, 교재, 교구, 실험 대상 등의 수많은 비인간 또한 관여합니다.

 

2. 참여와 실천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 건데?

어떤 사람은 참여했다는 행위를 '손으로 하는 것', '정신을 집중한'이라는 용어를 이용해서 설명합니다. 

미국 과학 표준(NRC, 1996, 2000: 23)은 '탐구(inquiry)'를 강조하여, 학생들이 '과학적 아이디어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개발하고, 과학자들이 어떻게 자연 세계를 연 구하는 가에 관한 이해를 수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요. 

여기에 차세대 과학교육 표준(NGSS, 2013)에서는 '실행(practice)'이라는 용어로 '상황 맥락적 활동'에 의미를 두어 과학적 실천을 강조합니다. 

과학 지식은 그 자체로 암기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학생들에 의하여 개발되는 과정에 있어야 한다고 본 것이지요. 그러려면 아이들이 직접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세상을 탐구해야 하고,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 설명을 직접 이끌어 내면서 과학자들이 과학 탐구에 참여하는 방법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따라서 2015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에 새롭게 나타난 과학적 참여와 평생학습능력이라는 개념은요. 

기존의 교과서에서 서두에 진술되는 '과학적 태도'보다 더 심화된 개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호기심과 흥미 같은 정의적 영역과 관련된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더 나아가, 과학적 참여, 실천을 학습 상황 및 일상생활과 연관해 다루기 때문에 그 가치가 더 강조된 것입니다. 보다 지속적으로 우리 아이들의 삶에 관심을 두려고 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생활 방식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평생 공부할 수 있도록이요!

 

정리하자면 한국과 미국의 교육과정에서 모두 공통적으로 '참여와 실천'의 태도와 행동이 모두 일관성이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그만큼 학습자의 직접적이고 능동적인 참여와 실천의 구체적 경험과 맥락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송진웅 외, 2019)

 

3.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ANT)의 대두와 SSI의 장점

오늘 제가 읽은 논문인 이종혁 외(2021)의 연구 또한 이런 맥락에서 참여와 실천을 강조한 행위자 네트워크를 제안하더라고요. 이 ANT이론은 특정 구조나 고정된 틀이 걸러내지 못하는 다양한 행위자들,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의 동등성을 고려합니다. 어떤 현상이 그 자체로 인식론적이 아닌 존재론적인 입장이라는 측면에서 설명되는 겁니다. 여기서 인식론적 차원이라는 건 기존의 과학교육이 추구했던 지식과 탐구 방법 중심이고요. 존재론적 차원이라 함은 참여와 실천이라는 삶의 양식에서 접근합니다. 

이 이론에 의하면 모든 교육을 언어적 활동에 토대로 하여 설명하는 증거-기반 논변은 상당히 설명력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어요. 좀 더 구체적이고 맥락적인 학습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죠. 

 

이런 측면에서 SSI는 개방적, 비구조화, 다양한 관점과 해결점, 본성상 정답이 없다는 측면에서 매우 학생들의 도덕적 추론, 감정적인 발달을 고려하는 접근이라고 할 수 있어요(Sadler & Zeidler, 2004).  사실 많은 연구자들이 비판하듯이, 지금까지의 학교 내 과학수업에서는 시민으로서의 실천과 참여를 강조하는 수업이 별로 없었지요(Roth & Lee, 2004). 

SSI 연구에서도 그런 문제는 비슷하게 이어져 왔어요. 이것도 결국 논변 중심이잖아요?(Zeidler&Keefer,2003). 연구 논문 살펴보니깐, 중학생과 고등학생 위주로 특정 논제를 주고, 그 입장에 대한 증거와 주장을 만들어 나가는 수업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그런데 SSI를 논증 중심으로만 바라보지 말고요.

그 논제가 가진 복잡성, 사회, 경제, 정치, 인권의 문제를 포괄하여 본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많은 연구 참여자들은 추론과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서, 제시된 시나리오의 맥락적 정보에 영향을 받아서, 다양하고 복잡한 의사결정을 내리거든요(이현주, 2008). 저도 연구를 해보니, 아이들이 제시되는 문제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받아요. 그리고 분명하게 사람들은 원인과 결과, 찬반이나 대안 고려, 문제를 협의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인지적인 과정만으로 추론하지 않아요. 감정적인 추론까지도 포함하는 비형식적 추론(informal resoning)을 한다는 겁니다(장해리, 정영란, 2009). 

 

비형식적 추론이란, 뭐냐면요?

개인들이 복잡한 문제들을 고려할 때 사용되는 것입니다. 그 복잡한 문제의 전제를 항상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 추가적인 정보 수집을 통해, 의견이나 생각에 따라 바뀔 수 있어요. 또 결과도 한 가지가 아니라, 가변적인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Topcu et al., 2010; 임미연, 정슬아, 2013: 1504)..

 

그런데 사실상 SSI 수업에서 아이들의 의사결정 내용을 살펴본 연구들에 의하면요. 아이들은 한 차시에 해당하는 일회적인 의사결정 내용을 분석하는 경향도 있었어요. 이렇게 일회적인 수업을 하게 되면, 의사결정의 결과에만 초점을 두는 문제가 생깁니다. 그러다 보면 학습자의 사고 과정에 대해 이해는 할 수 있겠지만, 아이들이 접하는 정보와 내용은 제한되어 버리고, 토론 주제도 제시되어 버립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삶과의 관련성을 덜 느끼게 되고, 공감, 감정이입, 책임감이 부족하게 됩니다. 당연히 도덕이나 윤리적 측면에서 주장 제시나 의문 제시도 부족하게 나타나는 것입니다(김민환 외, 2018).

 

논변 중심 SSI가 뭐가 문제냐고요?

바로 이 일회적인 수업을 저도 해봤습니다. 아이들에게 토론하라고 하고, 아이들이 무슨 근거를 내는지에 집중해서 논문을 분석하려고도 해봤지요. 다른 연구자들도 많이 그렇게 소집단 토론을 해봤답니다(고연주 외, 2015; 박지영, 김희백, 2011; 212; Evagorou & Osborne, 2013; Kim et al., 2014). 캐나다의 연구자들 Bencze와 Krostovic(2017)은 토의 토론만으론 학생들의 직접적 행동과 참여를 끌어내기에 부족한 점이 있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그래서 이 연구자들은 '지역사회와 연계'한 SSI 수업을 했대요. 그리고, 그 결과! 실천에 옮기는 교육적 효과가 긍정적이었다고 하네요(이현주, 2008: 165). 

 

정리하자면, 많은 SSI 연구가 쏟아져 나왔지만, 문제를 인식하고, 입장을 정하고, 증거 기반한 주장을 펼치는 것은 결국 지식 중심의 토론에 지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건 학교 내에 갇힌 SSI 교육이라고 할 수 있고, 당연히 실천적 소양을 함양하기엔 무리가 있겠죠(Roth & Lee, 2004). 이제는 인간 중심의 사고를 벗어나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에 초점을 두는 윤리적 태도가 필요하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논제의 복잡성을 설명하는 ANT이론은 이종혁 외(2021)가 주장하는 유용한 관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문헌

이종혁 외(2021). 과학교육에서 '참여와 실천'을 추구하는 융복합 활동으로서의 SSI의 교육적 접근. 문화와 융합, 4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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