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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경솔한 말 한마디의 가벼움, 그 무거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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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기이자, 반성문 같은 글을 올려보고자 한다.

사람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계속 배우는 존재여야 한다는 말에 실감이 난다. 

내가 얼마나 부족하고 작은 사람인지, 다시금 깨닫게 된 일이 있었다. 

 

최근 인디스쿨에 나의 고민을 게시하고 선생님들의 도움을 요청했다. 

내용인즉슨,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님께 인스타로 DM을 보내, 생태를 위하여 일회용 컵의 로고를 없애달라는 내용의 영상편지를 전달하고, 그 답변을 요구한 글이었다. 

그런데 그 DM에 답변이 없자, 실망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선생님들의 지혜를 구했다. 

무려 27분의 선생님들이 답글을 달아 주셨다. 

 

문제는 편지의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용진 형님'이라는 호칭의 밈(meme)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었다. 

뭔가 요즘 MZ세대들이 부르는 밈이라고 하니, 내가 신세대가 된 것 같고, 그렇게 해야 답장이 올 것 같아서 생각 없이 쓴 말이었다. 

 

선생님들께서는 아무리 밈이라도 교사라면 공식적인 루트를 통하여 격식을 갖추어야 하는데, 너무 예의가 없었다며 뼈 있는 말씀을 해주셨다. 

직장인의 메신저는 개인적인 DM이 아니라, 메일이라는 말씀이 정말 가슴에 와 닿았다. 

나는 내 스스로가 훌륭한 교사라는 생각에 도취되어, 그저 유명인의 답변을 받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도 대기업 총수인 사람에게, 나의 입장만을 들어 말도 안 되는 떼를 부린 게 아닐까?

정당한 건의를 하려면, 기업의 홍보팀에게 정식적인 절차를 밟아  격식을 차리고, 응당 교사이자, 사회인에게 요구되는 정중함을 갖춰야 했다. 너무 무례했다. 

 

순간 가슴이  철렁하며 내려앉고, 얼굴이 화끈 거림이 느껴졌다. 

가끔 자료를 올리면, 늘 '고마워요, 잘 쓸께요'하는 댓글만 받다가....

이렇게 따끔한 질책을 받으니 정신이 확 깨는 느낌이었다..

경솔한 말 한마디가 갖는  가벼움이, 때로는 얼마나 무거울 수 있는지 절실하게 깨닫게 된 사건이었다. 

소위 공인이라고 불리는 많은 사람들이 왜 말 한마디로 대중의 질책을 받는지, 경험할 수 있었다. 

 

생태교육을 위해 여러 연수를 듣고, 아이들에게 내가 배운 것들을 적용하고, 또 잠을 미뤄가며 편집한 일련의 노력들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아니 이미 그랬는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해졌다.. 

그리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

정용진 부회장님에게는 죄송함을 담은 문자를 보내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

말 마디의 가벼움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교사의 위신이 떨어졌다고 생각할 것인가?

우리 아이들의 노력까지도 그 나의 실수로 인해 가리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매우 부끄러웠다. 

역시, 갈길이 멀다. 

 

앞으로는 프로젝트에 있어 공적인 방법과 형식을 제대로 조사하고, 

그 디테일한 설계에 있어 더 신경써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그냥 일반인도 아닌,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이니까. 더 신경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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