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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누군가에게 행복한 시간을 선물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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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을 앞두고 작년 제자들이 찾아왔다.

바리바리 든 편지에는 작년에 했던 우리의 활동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내가 이런 것도 했었나(?) 하는 생각에 잠기게 하는 활동들도 아이들은 모두 다 기억하고 있었다.

이럴 때는 정말이지 뿌듯하다가도 섬뜩할 때가 있다. 

내가 그저 그렇게 흘려보낸 아이들과의 하루가, 이 아이에게는 평생을 가는 기억이 되는 것이지 않은가. 

 

제게 오삼불고기는 '행복한 한 해'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한 줄에 오늘도 나는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 아이들에게는 무엇인가 이렇게 감사한 것들이 많은가.

나는 그 감사를 받을 자격이 있기나 한 건가. 

과연 내년에도 나는 이런 감사를 받을 수 있을까.

 

초등학교 교사에 대한 말들이 참 많다. 

아니, 많은 말들 사이에 마음이 아파하는 선생님들이 너무 많다. 

오늘도 초등학교 교사 커뮤니티에는 '이렇게 열심히 야근해도, 민원 때문에 수업에 집중할 수 없어요..', '제가 노력할수록 더 좋은 교사와는 멀어지는 것 같아요.', '다른 직업을 찾아봐야 하나 봐요...' 등의 고민들이 올라온다. 

 

많은 교사들이 스승의 날을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도 그러하다.

오르지 않는 월급과, 비꼬는 듯한 학부모의 민원, 그리고 날이 갈수록 견디기 힘들어지는 아이들의 불성실한 태도 등.

철저하게 보호되는 학생 인권과 떨어지는 교권은 의도치 않게 반비례적 관계가 되어버렸다. 

교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가끔 뉴스에 나오는 이슈들과 함께 눈덩이처럼 커져가며, 스승의 날을 부담스러운 날로 만들어 버리고야 말았다. 

코로나 시국을 거치며, 학교가 무엇을 했냐, 애들 줌 시키고 편하게 놀지 않았느냐라는 질문도 심심치 않게 받았다. 

원격수업과 등교 수업을 병행 준비하며, 역사상 유래 없는 급격한 전환에 우리 교사들이 어떤 환경에 갑자기 던져졌는지는 경험한 사람들만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대한민국 선생님들은 정말 열심히 하고 계시다고.

 

내 주변의 선생님들껜 거의 주말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편한 철밥통이 아니다. 

담임 수당이 일 12만 원 아니냐며 놀리는 친구들에게 당당할 수 있다. 월 12만 원을 20년 넘게 동결하여 받고도, 그들은 그 이상의 일을 묵묵히 해나가고 있다고. 

얼마나 아이들을 위해 많은 연구를 하고, 공부를 하고, 준비를 하는지 알고 계시냐고.

 

그렇게 뉴스에 나오는 선생님들을 확대 해석해서 전국의 모든 선생님들에게 일반화할 거라면, 

내가 본 연구회의 마술 공부하는 선배님, 인공지능 공부하는 동료 선생님, 감각 통합을 공부하는 선배님은 왜 일반화하지 않느냐고. 

왜 그분들의 숨은 노력들은 보이지 않느냐고. 보고 싶지 않은 건 아니냐고.

적어도 당신들의 아이가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아이를 맡은 교사의 철학을 믿고 1년간은 존중해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놀랍게도 아이들을 만나면, 그들의 부모가 교사에게 갖는 태도를 고대로 풍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부모가 자신의 담임을 헐뜯는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게 된 아이는, 담임에 대한 신뢰를 갖기가 매우 어려울 것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담임선생(?)에게서 좋은 배움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학부모와 교사, 그리고 학교는 아이들의 성장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사람이지, 서로를 헐뜯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이걸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 

학부모님이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 관리자가 보직은 안맡고 자기 일만 한다고 비난해도 괜찮다.

아이들이 알아주기 때문이다.

교실에서의 나의 땀방울을 머금고 자라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성장하면서 나의 말 한마디, 나의 눈빛 한모금을 기억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언젠가 이 아이들이 넘어져서, 내가 그랬던 것처럼 엄청난 고통에 압도되었을 때에 

내가 잡아주었던 손의 온도를 기억하고 다시 툭툭 일어나 걸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선생님은 저의 두번째 어머니입니다.

내가 학교 엄마니까, 언제든지 힘들 때면 이야기하라는 말을 흘려듣지 않은 아이는 좀 더 힘을 내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누군가가 불러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정말 복 받은 일이다.

누군가에게 행복한 시간을 선사한다는 것만큼 고마운 일이 또 있을까?

아마도 나는 이런 일을 하려고 이 세상에 온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늘 이어지는 나의 결론은 이거다.

'밖을 보지 말고, 우리 아이들의 눈을 보자. 그 속에는 우리의 세계가 있다.'

이 글을 보는 많은 선생님들께 조금이나마 위로와 격려가 되었으면 한다.

 

선생님은 충분히, 잘하고 계시다고 꼬옥 안아드리고 싶다. 

 

 

잊고 싶지 않은 아이들의 힘이 되는 말
잊고 싶지 않은 아이들의 힘이 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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