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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논란이 많은 교원평가, 한 해를 마무리하며 드는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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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연말이다. 인터넷에서는 연예인들이 각종 드레스를 입고 자신의 멋짐과 예쁨을 뽐내면서 시상식을 한다.

저마다 자신의 작품 활동을 돌아보면서 누가 더 많은 시청자들을 올리고 웃겼는지 평가받고 축하받고 칭찬받는 그런 자리다.

대상을 탄 연기자나 아티스트는 자신의 성과를 알아준 시청자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 그들은 수많은 천사와 트로피와 상금을 받는다.

 

교육계는 어떠한가?

교육은 성과가 단기간 내에 나타나는 종류의 일이 아니다. (시험 점수를 빼고)

 

해마다 무슨무슨 교육상 등 이름이 있긴 하지만 사실상 진짜 열심히 하는 선생님들이 상을 받는 자리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진짜 열심히 하시는 분들은 상을 받겠다고 추천서 받으러 다닐 시간도 없으니까...

학폭, 학부모 민원, 수많은 업무를 슈퍼우먼, 슈퍼맨처럼 처리했다고 하더라도 그들에게 연말이 남겨진 건 예산을 썼다는 보고서 한 무더기뿐이다.

빼곡하게 채워내야 하는 영수증에는 내가 쓰지도 않고, 내가 먹지도 않는 학생용 간식이 얼마인지를 단 1원의 오차 없이 기록되어야 한다. 

교사용 비품은 살 수도 없기에 아이들 라벨 이름표 하나 비품비로 살 수가 없다. 소모품인 잉크만 잉크와 프린터 용지만 살 수 있을 뿐 프린터기는 비품이라서 교사 개인이 사비를 들여 구입해야 한다. 우리에게 살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사회 나가면 아무리 작은 기업이라도 탕비실의 커피믹스는 회사가 사준다. 

교사는 먹는 물마저도 사비로 사 먹어야 한다. 

회식? 법인카드가 아니라 카카오 1/N 정산이 사준다.

애들 코 묻은 돈 빼어 먹을 것도 아닌데, 결산서에 보고서에 써야 하는 텍스트는  또 얼마나 많은지... 예산받아와서 아이들하고 재미있게 활동하고 싶어도, 보고서 쓸 엄두가 안나 그냥 신청 안 하고 만다.

 

학교에는 교사를 위한 시상대는 없다.

한 해 동안 아이들 눈 하나하나 바라보면서 이 아이들의 수많은 변수를 감내한 이들에게 왜 어떠한 칭찬도 자축도 없는 것일까?

특히 이제는 보육의 의무를 쥐게 된 수많은 초등 교사들에게 자신의 존재 가치가 무의미하게 느껴질 만도 하다. 

그것도 해마다 정체되어 있는 월급을 보노라면 자신의 자본주의에서의 가치가 회의가 되겠지..

우리 교사들끼리라도 서로 자축하고 칭찬해 주는 그런 분위기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내부 안에서도 서로 열심히 했다고 격려해 주고 응원해야 한다.

교직생활을 하다 보면  멋진 선생님들을 정말 많이 보게 된다.

이분들은 여전히 냉혹한 사회의 눈초리 속에서 자꾸만 위축되어 가고 계신다.

많은 교사들은 정말이지 의욕을 잃게 되는 것 같다. 서로가 몸을 사리게 되고 더 연구해 볼 것도 안전하게 가자 주의로 바뀌게 된다.

 

무조건 안전하게 가자!

 

어쩌면 구조는 개인의 무릎을 꿇게 하는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어떠한 혁신적인 교육의 시도도 이루어질 수가 없다. 그야말로 눈치 사회다.

12월 말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 교사의 역할과 교사의 방향성이 무엇인지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나는 아이들에게 시상식에서 꽃다발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아이들에게 잘해 주었는가?

내년에도 또 담임 선생님을 제발 해달라는 아이나 학부모의 평가를 보면,

나는 그래도 꽃다발까지는 아니더라도 꽃 한 송이 정도는 받을 만한 가치가 있지 않는가 그런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이렇게 스스로 자찬하는 것이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갈 또 다른 동력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본다.

2022년 교원평가 결과

내 주위에 많은 선배 후배 그리고 동료들 선생님들께서 힘을 내셨으면 좋겠다.

 

당신은 잘하고 있고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하게 될 것이라고 이미 아니 있는 그대로 지금도 충분하다고.

빛나는 트로피와 꽃다발 없이 아이들의 빛나는 눈 속에 꽃을 심는 직업이라고.

언젠가 우리가 심은 꽃 들이 만발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웃으면서 교단을 떠날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칭찬하고 격려해 드리고 싶다. 그리고 나에게도.

2022년 정말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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