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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2021. 10.14.- 단 한명에게라도 추억이 된다면.

by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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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그냥 그런 생각이 듭니다.

굳이 안 해도 되는 걸, 내가 열정이란 미명을 쓰고 자기만족을 위해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교육 철학? 굳은 의지를 가지고 내가 열정을 부어봤자, 아이들의 인생은 변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런 열정이 그들을 부담스럽게만 하는 건 아닐까.

 

아이들 체력 떨어진다고 줄넘기시켜서 매일 체크하고, 

더 욕심내서 스쾃을 한번 가르쳐 보겠다고 자세 잡아주다가

정작 제 체력과 자세는 엉망이 되어서 정형외과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주말이고 휴일이고 내 몸은 돌보지 않고, 수업 준비에 콘텐츠 제작에 공부에 열을 올릴 필요가 없는데..

노란 고름을 주사기로 뽑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적당한 거리감과 여유를 두고, 아이들에게 숙제도 적당히 시켜주는 게 더 나은 건 아닐까?

적당히 놀게 하고, 적당히 공부시키면 월급은 똑같이 나오지 않는가?

어쩌다 듣는 한두 명의 '숙제 많아요.' '과제 귀찮아요' 등의 피드백에도 마음이 흔들리며 한숨을 푹 쉬게 되네요.

진짜로 그 아이에게는 너무나 힘든 과제일 수 있어서 미안할 때도 많고요..

뭐든 중용이 중요하고, 그 적합한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어려운 건 사실인듯합니다. 

 

그래도. 

단 한 명의 친구에게라도 좋은 추억이 되고, 좋은 경험이 된다면 충분하다고 다독이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무엇이 아이들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가 하는 문제는 끊임없이 고민하는 문제이고, 앞으로도 찾아 나가야 하겠지만. 

적어도 진심은 통한다는 진리를 믿으니까요.

 

교사도 사람인지라, 아이나 학부모로부터 상처를 받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한 아이에게 상처를 받으면, 다른 아이가 위로를 해 줍니다.

한 학부모에게 모진 소리를 들으면, 다른 학부모에게 또 응원의 소리를 듣습니다. 

난 마냥 부족한 사람인데, 나를 통해 좀 더 행복한 경험을 했다는 말을 들을 때는 부끄러워 숨고 싶어 집니다.

그런 묘한 힘 때문에, 힘들어도 해 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 단 한 명을 위해서, 뭔가 오늘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어 볼까 고민을 하게 됩니다. 

샤워를 하면서도, 티브이를 보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그리고 그 아이디어가 착착 맞아떨어질 때에는 큰 기쁨이 듭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그게 학생들을 위한 게 아니고, 자기만족을 위한 것일까요?

 

그럼 학생을 위한 교육이란 건 어떤 것일까요??

어떤 일이든 의미가 있고, 그 의미를 추구하면서 사람은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것은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그 역시 자기만족의 일부가 되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아직은 전 제가 만드는 콘텐츠들이, 또 하는 수업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내가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이것이 좀 더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전달되면 그것으로 만족입니다.

 

교사는 남을 가르치는 직업이 아니고, 

평생을 배워야만 하는 직업인 것 같습니다. 

내가 다 알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지식만 전달하려고 하면 금세 오만이 되어버릴 수 있는데,

지식과 진리의 체계에서도 절대적인 것은 존재할 수 없으니까.

아이들에게 지식뿐 아니라, 삶의 경험 또한 전수해주어야 하는 교사인지라 더 겸손하게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멀리 보고 계속 공부해 나가려면 나도 내 몸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됩니다. 

내 시간과 열정과 노력을 그냥 쏟아붓는 것도 좋지만, 그것도 적당히...!

제일 중요한 건 건강이니까!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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