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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교육

[금융 문맹 탈출] #8. (놀람)토론-재난지원금 도입_찬성과 반대 (feat. 빈부 격차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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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포스팅할 계획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의 자치 능력은 감탄을 자아낼 때가 많습니다. 적절한 상황과 계기만 만들어주면, 한마디로 판만 깔아주면 아이들은 스스로 합니다. 이번엔 제가 얘기를 꺼내지도 않은 '재난지원금'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일어났습니다. 어른인 교사도 배울 점이 많은 토론입니다. 고학년인 선생님들께서도 학습지를 다운로드하셔서 한번 활용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학습지 다운로드>

 

재난지원금 학습지
재난지원금 학습지
재난지원금 학습지.pdf
0.06MB

 

 

1. 재난지원금을 찬성하는 학생들 의견

A: 코로나 상황이다. 얼마나 마스크 쓰기가 답답하냐. 우울한 사람도 있고, 전재산 탕진한 사람도 있다. 난 빚을 졌는데, 그거 이자만 해도 엄청난다. 월급 받는다고 해도 300 별인데, 400 별을 빚 갚는데 전부 쓰고 돈이 부족하다. 근데 거기다 15일 있으면 임대료까지 곧 내야 한다. 그러면 50 별도 안 남는다(울먹). 그대로 계속 반복되는 거다.

B: 몇몇의 고 연봉자 빼고는 월급 600 정도에서 세금 200 별 빼고 나면, 400 별로 살 수가 없다. 한 달에 월세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돈 모아서 집을 사려고 해도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요샌 혜택권도 비싸져서 사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C: 재난지원금 자체가 재난에 있는 사람들에게 돈을 주기 위함이다. 그렇게 힘든 사람들에게 돈을 주는 게 뭐가 나쁜가? 혹시 모르니까 1차 지원금을 지급해보자.

 

D: 지금 투자를 잘못해서 190 별을 잃은 사람도 있다. 말을 안 할 뿐이다(?). 그 아쉬움을 살짝 메꿔줘야 하지 않는가(?????)

  •  혜택권을 사고, 기본 월급으로는 살 수 없다며 울먹이는 학생도 있었습니다(귀여워서 죽을 뻔했어요ㅋㅋㅋㅋㅋㅋㅋ)
  • 혜택권의 인플레이션이 체감되는 순간입니다. 학생들이 너무 숙제를 안 해와서 제가 좀 가격을 올렸거든요..
  •  현실 세계에서 1차~3차 지급된 재난지원금을 보고, 우리도 적용해보자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자신의 상황에 비추어, 돈이 필요한 학생들의 의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2. 재난지원금을 반대하는 학생들 의견

E: 현실에서나 코로나 상황이지, 우리 반에서 돈이 부족해질 이유가 없다. 월세가 부족하면 돈을 모아서 집을 사면 된다(?) 아니면 땅 주인하고 얘기를 해서 월세를 내리면 된다(?)

F: 돈을 아껴 쓰면 된다. 꼭 혜택권 사지 않고, 숙제를 꾸준히 하고 성실하면 된다. 방탕해서 낭비해서 그런 거다.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 

 

G: 투자를 한 사람은 지금 돈이 떨어졌어도, 곧 오를 수도 있지 않은가? 팔지만 않으면 된다. (존버주의)

 

H: 빚은 어떤 이유로 낸 건가? 숙제 면제받고 싶어서, 집 사려고 자기가 흥청망청 써놓고, 세금을 쓰는 건 말이 안 된다. 자기가 돈 쓴 건 자기가 선택한 거다. 저축하고 돈 관리를 잘해야 한다.

 

 

  •  미안하지만 현실세계는 냉혹해서 착한 집주인들이 별로 없단다, 얘들아..... 학생들의 순진한 생각들이 정말 귀여웠습니다. ㅋㅋㅋ 하지만 나름의 논리가 있어서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합니다.
  • 혜택권을 못 살 정도라면 열심히 숙제를 잘 해오면 해결될 일이지요(!!!). 투자의 개념을 알고, 지금 급하게 팔지만 않으면 된다는 학생도 있습니다 ㅎㅎ
  • 제가 따로 지도를 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저축의 필요성을 절실히 체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두 귀로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3. 재난지원금 토론의 결과: 재난지원금 주기로 결정하다.

서로 반박에 반박이 오가는 상황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저의 적극적 개입 없이도, 회장과 부회장을 주축으로 해서 발언권을 얻어서 자신의 의견을 발표했습니다. 물론 각자의 상황에 기초한 의견들이 대다수였습니다.  몇몇 학생들은 자신의 의견에 감정이입을 해서 말이 격해지기는 했지만, 효과적으로 의견 교류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학생들은 자신의 주장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발표 형식 또한 "왜냐하면...."과 같이 이유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팽팽한 의견 대립 끝에, 우리 반 국회는 다수결에 안건을 부쳤습니다.

그 결과,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결정이 되었습니다...(13명 찬성 VS 12명 반대)

 

 그런데, 단순히 일률적 지급뿐 아니라, 더 나아가 의견을 제시하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선생님, 그런데 재난지원금 용도가 경제 활성화니까, 혜택권 산다거나 집을 사는 건 빼야 하지 않나요?"

"선생님, 재난지원금 쓰는 기한도 정해놔야 하지 않을까요?"

 

구구절절이 맞는 말을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 아이들이 정녕 내가 맡은 아이들인가 참 고맙고 기특할 뿐입니다. 오히려 제가 배울 부분이 많네요.

현실 상황과 비교를 해서, 우리 교실 상황에도 적용을 하려는 것입니다. 관찰력과 적용력이 참 뛰어난 아이들입니다. 재난지원금을 남발했을 때의 부작용과도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배울 수가 있습니다. 전 이럴 때 가르치는 보람과 전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만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들이지만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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