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단일기

아기 수면교육에서 배우는 기다림, 인내

by _❤
반응형

조카가 생겼다. 핏덩이였던 아기가 어쩌면 이렇게 하루가 다르게 크는 것인지.

배고프고 졸릴 때만 울고, 기저귀가 젖어도 울지 않는 걸 보면 마냥 신기하고 기특하다. 

하지만 며칠 동생을 도와 아기를 재우다 보니, 놀라운 교훈을 얻게 되었다. 

 

나는 아기가 울면 무조건 안고, 어르고 달래주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뱃속에서 엄마 자궁의 편안함을 느끼던 아이가 이 추운 세상에 나와 얼마나 외롭고 허전할지,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탯줄로 가만히 있어도 배가 부름을 느끼던 아이가, 젖병을 숨 넘길 듯 빨고서야 배가 차는 냉혹한 세상의 원리를 하나씩 알아가는 서글픔이랄까. 첫 조카라여서 그런지 애틋하고 안쓰럽고 마냥 안아주고만 싶었다. 

초보인 아빠와 엄마가 믿음직스럽지 않아선지, 왜 자꾸 저렇게 애를 울리는 것인지 속상하고 한 대 콩 때려주고 싶었다. 

세상 귀한 내 조카를 왜 그냥 울리는 거야....

저 핏덩이 좀 안아주지...😂 이건 아동학대 아닌가..!! 안아줘야 자지 않나????

 

하지만 역시 엄마와 아빠는 아기의 부모였다. 

이상하게 내가 재우면 잘 안 자는 아기였는데, 부모랑 있을 때는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좀 더 푹 자고, 좀 더 편안해 보였다.

 

알고 보니 엄마와 아빠는 아이가 자는 법을 터득할 때까지 기다렸던 것이다.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고, 

당장이라도 뭔가를 줘서 울음을 뚝 그치게 하고 싶겠지만

그렇게 어르고 달래는 과정에서 아이는 몸이 움직여져서, 잠이 확 깨버린다고 한다.

나는 동생의 이 말을 듣고,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그저 동생인 줄로만 알았던 아이가, 정말 엄마가 되어 있었다.

 

물론 생후 40일까지는 어느 정도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 안아주는 것이 맞지만, 수면 교육을 위해서는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하다고 한다.

아이는 스스로를 달래기 위해서, 손가락도 빨아보고, 쪽쪽이도 빨아보고, 얼굴을 이불에 흔들기도 하고 부비적 대면서 잠에 드는 법을 배운단다.

 

어쩌면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내가 너무 지나치게 많은 것을 해주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아이들의 요구에 따라, 즉각적인 반응에 따라, 필요 이상으로 대했던 것은 아닐까? 지나치게 어르고 달랬던 것은 아닐까?

가만히 기다려주고, 조용히 지켜봐 주면 때로는 아이들은 스스로도 성장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참 교육은 어렵다. 

시간도 오래 걸리는 것 같다.

 

스스로 잠에 드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어가는 조카를 보노라면, 형언할 수 없는 부끄러움과 대견함이 묵직하게 스며든다.

이제 갓 100일 넘은 아기는 수면 교육 덕택에 80일 때부터 통잠을 잤다.

14시간도 푹 자는 아기는 어느덧 토실토실하게 살도 올라있다.

 

아기의 수면교육에서 얻은 깨달음이 꽤 오래갈 것 같다.

과연 나는 잘 교육을 하는 사람일까?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아이들에게 하는 것은 아닐까?

좀 더 기다림과 인내를 갖춘 교육자가 되어야지.

조급하지 말아야겠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