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교단일기

훌륭한 선생님들이 주는 가르침(서준호, 조상희 선생님 강의 후기)

by _❤
반응형

어제는 스텝매직에서 조상희 선생님의 마음 읽어주는 마술 상담 이야기들 듣고, 연이어 오늘은 서준호 선생님의 역사놀이 특강을 듣게 되었다. 두 분 다 마술, 교육연극이라는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오신 분들이시다. 그분들이 전해주는 이야기에서 나는 '교사의 전문성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다시 한번 답에 가까운 사진을 그릴 수 있었다. 오늘은 그 과정에서 떠올랐던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1. 역사에 '의인화'를 도입하기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어떤 과목이 제일 어려우냐?'라는 질문을 하셨다. 
나는 역사를 공부하는 게 부담스럽고 어려웠다. 수학은 간단한 원리만 알고 적용하면 답이 딱 나오고, 과학(그 당시에는 자연)은 신기한 것을 관찰하고 정리만 하면 쉬웠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역사는 외워야 하는 게 너무 많았다. 알면 알수록 새로운 역사적 사실들이 계속 나오니 어려운 게 당연했다. 
이런 역사 속에도 인물들의 '삶'이 있다. 내가 숨 쉬고, 잠자고, 밥 먹는 인간으로 존재하듯이, 역사 속의 한 순간에도 여러 인물은 숨 쉬고, 잠자고, 밥을 먹었다. 서준호 선생님의 역사 놀이는 그 살아있는 인물들을 수업 속으로 초대하는 콘셉트이었다. 
 
불타버린 숭례문을 아이들의 몸으로 레고 쌓듯이 표현하고, 그 숭례문의 감정을 느껴보게 하는 부분에서는 의인화의 예술적 극치를 느낄 수 있었다. 누구보다 순수하고 맑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이해관계나 복잡한 내막 같은 것은 신경 쓰지 않고 그 사물과 사람의 감정에 오로지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며,  우리 아이들에게도 적용해보고 싶은 열정이 들끓었다.
 
 

2.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눈높이 수업

조상희 선생님의 마술상담 안내도 참 좋았다. 학생들이 메모지에 이름을 쓸 때에 동그라미를 교사가 쳐줘서, 그 자리에 쓸 수 있게 유도하는 모습에서는 무릎을 쳤다. 아이들에게 노골적으로 무언가를 강요하고, 억압하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스스로 안내를 따라올 수 있게 지시를 숨기는 고수의 냄새랄까...
 
이렇게 마술과 상담을 엮어서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내는 작업. 이거는 진심으로 아이들의 상황과 마음에 관심이 있지 않다면 관심을 두기 어려운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정상적인 교육과정 시수 맞추기도 바쁜데 어느 세월에 이런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있을까? 그 상담을 받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아주 놀랍고도 따뜻한 상담이 될 것 같다. 
 
또 서준호 선생님의 경우, 각종 색깔의 천을 이용해서 아이들에게 소속감을 주셨다. 이산가족의 감정을 느껴보는 수업에서는 같은 색깔끼리 가족임을 상징하였다. 나도 수업 중에 아이들을 앞으로 불러 세워서 역할을 부여하고는 했지만, 이렇게 시각적으로 명징하게 나타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3. 내 입이 아닌, 학생의 입으로 말하게 하기

수업과 강의를 헷갈릴 때가 많다. 내가 아는 것을 청중에게 최대한 재미있고 유익하게 전달하는 강의의 개념을 수업에 지나치게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이 가위 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은 조각가이고 진 사람이 조각 재료가 된다는 개념에서 나는 느꼈다. 분명 우리 아이들에게 시킨다면, 진 사람이 조각 재료가 될 때 속상한 마음이 들었을 거라고. 하지만 서준호 선생님은 가위바위보를 마치자마자 '내가 기쁘게 000 역할을 해볼게'라는 말을 하게 하셨다. 이 부분이 정말 충격적이었다. 언어는 사고를 지배한다. 아이는 그 말을 하면서, 그 수업의 활동에 정말이지 '기쁘게' 참여했을 거다. 같은 활동이라도, 학생의 입을 통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상희 선생님의 상담에서도 교사가 말하는 시간은 극히 적다. 학생들의 입을 통해, 내면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계셨다. 교사는 그저 학생이 말할 수 있는 판만을 깔아준다. 나누고자 하던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나이가 들수록 느낀다. 정말 훌륭한 교사는 물고기를 잡아주는 사람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하나하나 가르쳐주는 거라고. 두 고수분들의 강의를 들으며, 나는 더더욱 갈 길이 멀다는 생각도 든다. 어제오늘 배운 것들을 단기간에 내가 잘 해내기는 쉽지 않겠지만, 내 스타일에 맞춰서 우리 아이들에게 잘 적용해 보아야겠다. 그러다 보면, 나도 수업을 좀 더 잘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