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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좌절 경험은 진로 교육에서 왜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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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하다 보면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인지 인기인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강의 연습을 많이 하다 보면 그 말이 제 의식 전체를 지배하게 됩니다. 내가 말하는 게 다 옳다고 생각할 수 있죠. 확언하는 습관도 강의를 하는 것의 문제점입니다.

 

전 그래서 항상 강의를 한 다음에는 늘 저 스스로를 돌아보며 부족한 점은 없는지 돌이켜 보는 과정을 의식적으로 갖습니다. 오늘도 저는 우리 반 아이들의 눈을 한번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저희 반 아이들이 정말 특징적인 것이 정말 밝고 쾌활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개중에 몇몇 아이들은 꿈이 없습니다.

 

1. 자본가를 꿈꾸는 아이들

자신의 꿈을 당당하게 건물주 혹은 돈 많은 백수라고 얘기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예전에는 교사, 의사, 사 자 들어가는 직업이 주였는데요. 불과 몇 년 전엔 학생들이 자주 보는 직업을 얘기를 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부쩍 이런 자본가에 대한 언급이 많아요. 자본주의 시대에 걸맞게 자본가에 대한 꿈을 이야기하는 것이라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 정말 씁쓸합니다.

 

과연 이 아이들 중에서 그 자본가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정확하게 알고 실천할 수 있는 애들은 몇 명이나 될까요?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도 있죠.

아이들이 어떤 방향을 바라보면서 달려가는지가 정말 중요한 때라고 생각되는데요. 어떻게 된 게 매년 진로 관련 조사를 하면 자본가나 노동의 가치를 굉장히 천시하는 문화가 더 팽팽해지는 것 같아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2. 자신의 일이 취미처럼 느껴질 수는 없을까?

노동 안에서 이 아이들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저 스스로도 노동 안에서 불행감, 불안감을 느꼈던 사람으로서 제가 겪었던 시행착오들을 아이들에게 주고 싶지 않은 그런 마음이 큽니다.

'스터디 코드'라고 제가 정말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에서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의사일수록 불행할 가능성이 크대요. 물론 의사로 대표되는 전문직을 말합니다.  이들은 전문직을 갖기 위해 시간을 많이 투자했고,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를 탐색하지 못한 사람일수록 표면적인 만족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바쁜 수련 기간, 배움에 투자한 시간 때문에 무엇이든 깊게 경험하지 못했고, 자신의 쾌와 불쾌를 구분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겁니다. 자기의 진정한 행복을 찾아 나설 수가 없다는 거죠. 저는 이 부분에 정말 본질적으로 공감하는 바입니다.

 

아이들이 경험하는 것이 피상적이면 피상적일수록 그 깊이 있게 들어가 보지를 못합니다. 그리고 말초적인 쾌락에서 기쁨을 느끼기 때문에 그게 너무 쉽게 충족되어 버리는 그런 아이들이 요즘 더욱 많아지고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싶어서든 아니면 그 아이의 유복한 환경이든 상관없이 뭐든 다 만족시켜주려 합니다.

그 아이가 무언가를 정말 힘들게 겪어보고 깊게 느껴보고 진심으로 가까이 그것을 다가가 보고, 좌절도 해야 하는데요. 

그래야 아이들이 그것에 대한 쾌감과 불쾌감을 구분할 수 있을 텐데요. 내가 그 일에 있어서 끝까지 해봐야 비로소 내 부족함과 내가 뭘 좋아하는지가 명료해집니다.

 

 

3. 올라피샘의 좌절 경험

저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석사를 졸업했을 때는 약간 마음이 반반이었어요. 논문 쓰는 게 너무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다가도 논문을 쓰고 나니까 너무 그게 기쁜 거예요. 반은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이왕 공부를 시작했으니 끝내어야겠다는 마음이 강했죠. 그런데 두려워서 엄두가 안 났습니다. 글을 읽고 쓰는 게 보통 일은 아니잖아요. 

 

반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제 원래 재능인 것처럼 손에 착착 붙었습니다. 제게 참 즐거운 일입니다.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팡팡 튀어나오고 너무 재밌는 거예요. 쾌감이 느껴지고, 쉽고, 주말에도 잠을 줄여가면서 하고 싶을 정도로 정말 제가 즐기는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건, 논문을 쓰는 것보다 훨씬 더 쉬웠습니다. 

 

논문을 쓸 때는 좀 힘든 거예요. 논문 읽기도 눈이 아프고, 읽기도 싫고, 복잡한 거 생각하기도 싫고, 뭐 외워야 되는 것도 엄청 많은 것 같고. 그래서 제가 부족함을 끊임없이 확인하게 되는 그런 경험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콘텐츠만 만들었다면, 세상에 쉬운 것밖에 없다고 느꼈을지도 모르겠어요. 교만했겠죠?

 

논문을 쓸 때는 정말 도망가고 싶었어요. 그냥 내가 잘하는 콘텐츠 생산만 하면 되지, 왜 굳이 내가 이렇게 내 머리도 안 따라 해주는 공부를 부여잡고 있을까? 스스로에게 의문도 많이 가졌어요.

이렇게 박사 졸업한다고 그래서 월급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적어도 내가 학자가 될 알고 싶은 마음은 없구나라는 걸 경험했기에, 그조차 의미 있는 겁니다.

 

적어도 그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여기 박사 과정에 들어온 것 자체에 대한 의미가 있는 거죠. 나는 그냥 아이들하고 호흡하면서 또 선생님들과 호흡하면서, 내 좋은 교육 자료를 나누어주고 또 공감받고 서로 위로하고 이런 것들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반전은 뭐냐?

저의 또 다른 '쾌'를 완전히 못 찾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논문을 쓰고 여러 번 고쳐가는 과정에서 분명히 성장하는 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제 첫 번째 학술지가 최종 통과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기에 어릴수록, 섣불리 내가 여기에 재능이 있다 없다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내가 재능이 있느냐, 내가 쾌를 느끼느냐 등을 판단할 수 있기 위해서는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 역시 그런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학교에서 해볼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주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연 나는 어떤 사람인가?

자기 스스로에 대해서 알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특히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야 되느냐는 나를 알지 않으면 참 결정하기 힘들기 때문에 내가 이미 그 길을 가서도 후회할 수도 있는 거고요.

더더욱 초등학교에서의 그런 진로 경험, 진로 체험, 진로 교육이 절실하다고 생각하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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