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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번아웃에 직면한 교사가 얻게 된 두 가지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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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번아웃이 오면 어떻게 대처하세요?

저도 교육콘텐츠를 맨날 만들고, 수업 준비하는 일이 버거워 번아웃이 올 때가 있습니다. 사람이다 보니까 맨날 똑같은 거, 똑같은 시간, 그리고 혼자서 이제 외롭게 해야 되는 저와의 싸움이 버거울 때도 있었는데요. 제 소명에 대해 다짐하는 글을 남겨봅니다.

 

1. 김미경 강사의 태몽 이야기에서 얻게 된 깨달음

김미경 선생님의 오늘 강의를 듣고 또 와닿는 게 있었습니다. 이 감격스러운 깨달음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김미경의 어머니는 딸 넷과 아들 하나를 진평의 아주 작은 마을에서 양장점을 하면서 키우셨어요. 그리고 자식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이 많이 없다고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계셨나 봅니다. 어머니는 국어 선생님이던 그녀의 친구를 찾아가 아이들을 위해 이거 하나는 해주겠다며, 부탁을 하셨다고 해요.

 

아이들 각자 하나씩 엄청난 태몽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김미경 강사는 그 덕분에 그 유산으로 크게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어머니가 작심하고 만든 이야기를 듣고, 자기 스스로가 크게 될 인물이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만큼 용기도 얻었고, 어머니의 "넌 틀림없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큰 인물이 될 거야"라는 격려도 유효했다고 해요.

 

그녀의 어머니와 국어 선생님인 친구가 만든 유산은 바로 다름 아닌 태몽이었습니다.

김미경 선생님의 원래 태몽은 옥수수를 따는 꿈이었대요. 그걸 엄청난 큰 인물의 태몽으로 바꾸어 각색한 것이지요.

어머니는 그녀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녀의 놀라운 태몽에 대해 강조하며 그녀가 큰 인물이 될 것을 확신한다며 어린 김미경에게 끊임없이 주지 시켰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녀가 가진 자존감과 자신감이 길러졌다고 봅니다.

 

김미경 작가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동기부여를 해주는 강사로 잘 성장한 데에는 그녀의 어머니가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요?

세상 사람들이 다 무시하고, 업신여긴다고 하더라도 단 한 명의 어른이 자신을 믿어준다면 우리 아이들 또한 그렇게 잘 자랄 수 있지 않을까요?

자신이 못하는 것 말고, 잘하는 것을 칭찬하고 격려한다면 아이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좀 더 한 발자국씩 나아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믿음이 있다면 어떤 일이든 누구든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며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저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우리 아이들에게 태몽을 지어줄 정도로 아이들에 대한 믿음을 실어줄 수 있는지 또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2. 고구마 일화에서 얻은 깨달음

아이들의 가능성에 대해 깨달은 또 하나의 일화가 있습니다.

제가 집에서 고구마를 쪄 먹으려고 박스를 샀어요. 근데 먹다 보니 고구마가 많이 물리고 너무 맛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한동안 박스 안에 고구마가 있다는 것도 잊어버린 채 며칠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보니까 고구마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후다닥 그 박스에서 고구마를 꺼내보니까요.

싹이 돋아 있었습니다.

순간 짜증이 확 나더라고요. 

 

고구마 맛있게 쪄 먹으려고 했는데, 그 며칠 사이를 이 습기를 이기지 못하고 싸게 벌써 자랐나?

이것도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나가야 되는데 너무 귀찮더라고요.

쓰레기통에 그냥 넣고 싶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요. 잠시 던져두고 누워서 생각을 해보니까요. 

이 고구마에 싹이 난 게 반가운 일이더라고요?

마침 제가 이사를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집에 화분이 없는 거예요.

화분을 사러 나갈 시간도 없고, 근처에 화원도 없었거든요.

 

집에 푸릇푸릇하던 것들이 없어지니까 생기도 왠지 없어지는 것 같고, 뭔가 축 쳐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시간을 내어서 화분을 사려던 참이었거든요.

 

근데 이렇게 고구마에서 싹이 나는 걸 보니까요.

처음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됐다는 생각에 분명히 화가 났는데!

그 싹 난 음식물 쓰레기가 또 하나의 새로운 존재가 되더라는 겁니다.

 

누군가에는 싹이 나서 버려져야 되는 천덕꾸러기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희망이자 또 다른 줄기를 만들어내는 하나의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의 이 문화 모습도 이 고구마가 아닐까?

쪄서 먹으면 사이다랑 같이 먹어야 할 정도로, 막장 드라마 못지않을 정도로 숨 막히고 답답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교육된 집단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답답하고 제거돼야 될 싹 같은, 그런 존재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시각에서 다시 보면, 이 고구마 싹은 희망을 주고 뭔가 또 다른 변화에 시작이 될 수 있어요.

이 고구마 순을 흙에다 옮겨심기만 하면, 또 다른 고구마들이 주렁주렁 열리잖아요.

 

오늘 제가 혼낸 어떤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이 아이의 행동도 그렇게 새롭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보면 애초부터 이 고구마의 용도는 무엇이었을까.

우리가 그 고구마를 먹는 것으로 규정했을 뿐, 고구마는 그냥 고구마가 태어난 그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고, 그 본성대로 살아가는 것을 우리가 믿고 지켜줘야 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튼 그 고구마는 제 컵에 담겨서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고 있는 데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거대한 힘이 작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교육자로서 내가 작은 소명이 있다면 쉽게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소외받은 아이들, 혹은 그들의 소외받은 가능성 등을 인정해 주고, 북돋아주고, 줄기를 잘 내밀고 햇빛을 받아서 자라날 수 있도록 물을 데워주고 그리고 알아봐 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말 많은 선생님들이 요새 정말 교직을 떠나고 싶어 하시고 이 교직의 힘듦에 대해서 토론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그 힘듦을 느끼고 현장에서 좌절한 적도 많은데요. 그 교육의 본질에 대해서 우리가 놓지 않고 꾸준히 우리가 본분을 다 하다 보면 이 가치를 인정받는 날도 전 반드시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때까지 선생님들이 지치실 수 있지만 그래도 덜 지치게 좋은 자료들을 선생님들과 나누고 같이 성장하면서 '존. 버(굉장히 버티기)', '악깡버(악으로 깡으로 버티기)' 해보고 싶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삶의 의미를 얻는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은 물론이고,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누군가에게 아이디어를 주고 동기를 부여하고 더 좋은 교육 콘텐츠를 나눌 수 있는 것 감사한 일입니다. 앞으로도 자만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교육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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