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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교육

0단계-1. 진로경제교실 학급 세우기, 꼭 1개 나라일 필요는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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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년이 바뀌고, 아이들은 새로운 담임 선생님뿐만 아니라 새로운 친구들과도 적응기를 거쳐야 합니다. 낯설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긴장의 연속이 3월 내내 이어지지요. 그래서 많은 선생님들이 학급 세우기를 학급 경영에 적용하고 계십니다.

 

저역시도 경제교실을 운영하면서, 3월은 학급 세우기와 학급 자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하나의 나라라는 정체성을 심어주고는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학년도의 아이들은 뭔가 달랐습니다.

 

1. 국기가 꼭 하나일 필요가 있을까? 소외되거나 상처받는 아이는 없을까?

국기와 상징 하나에도 눈을 반짝이며 집중하던 아이들. 미리캔버스 사용 방법을 알려주고, 선배들이 했던 국기와 상징 예시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주말 동안 엄청난 퀄리티의 작품을 그려왔더라고요.

 

단 며칠 만에 이런 수준을 보여주다니! 놀라웠습니다. 5학년때까지만 해도 학습활동에 별 흥미가 없던 아이마저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맛에 진로경제교실을 하나 싶더라고요. 

 

하지만... 그런 감사함도 잠시였습니다. 떠오르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이 중에서 하나를 대체 어떻게 뽑아???" 

주말 내내 애쓰고 만든 국기가 외면받아서 속상해할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주말동안 아이들이 그려온 국기들
 주말동안 아이들이 그려온 국기들

 

 

2. 국기로의 선정을 위해 정치하는 아이들이 생겨나다.

자신의 노력을 보상받으려는 아이들의 인정욕구는 재미있는 현상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이클래스 상에서 좋아요 수로 투표를 해서 하나의 국기를 정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랬더니 벌써 친해진 아이들끼리 서로의 작품을 눌러주자고 약속하는 겁니다. 

개중에는 '서로' 눌러준다고 분명히 약속을 해놓고도 자신의 것만 누르는 경우도 발생했습니다. 그런 정치적인 밀약, 배신이 한두 건이 아니었습니다. 이걸 아이들이 그냥 지나갈 리가 없지요.

아직 친밀도가 충분히 생기지 못한 아이는 어떻게 할까요? 눌러주기로 해놓고 안 누른 배신자라며 수군대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어른들의 정치판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보이다니, 역시 현실 사회의 축소판인 교실입니다. 

 

 

3. 모든 국기와 상징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 한국 역사 또한 복습하니 1석 2조!

삼국시대, 후삼국시대, 통일 신라, 고구려, 발해, 고려, 조선, 대한제국.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하기까지 우리 민족이 거쳐온 수많은 국가의 이름들입니다. 

현재의 우리 반 역시 '팔방미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그전에는 수많은 부족, 소국가들이 존재했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반은 '분단국가'의 역사를 밟아나가 보자고 얘기했습니다. 

 

사실은 이 콘셉트의 학급 경영을 전에도 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5학년 2학기의 역사 단원이지요. 아이들은 자신이 역사 속의 주인공이 되면, 더욱 그 세계관에 몰입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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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모든 아이들의 국기를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별 의미없이 기존에 하던 모둠 이름표를 활용했습니다. 각각의 모둠별로 동물이 그려져 있더라고요. 

1,2 모둠은 각각이 토끼 부족, 고양이 부족이었습니다. 그런데 합쳐서 1 분단이 됩니다. 일명 고구려 분단입니다. 그런데 국기에 우리 학교의 꽃(교화)인 '개나리'가 그려져 있네요. 그래서 개(나리)+(고) 구려해서 개구려 나라라는 고대국가가 만들어졌습니다.

3,4 모둠도 곰 부족과 양 부족이 만나 2 분단국가가 만들어졌습니다.  마치 곰 부족과 호랑이 부족이 만나 싸우다가 곰 부족이 이겨서 쑥과 마늘을 먹어  웅녀가 사람으로 변신했다는 단군 신화 같지요. 눈사람이 주인공인 '백제' 나라, 아니 '백지' 나라가 만들어졌습니다. 

5, 6모둠도 닭 부족과 돼지 부족이 만났습니다. 신라 대신에 잡초처럼 바람에도 굴복하지 않는 '신초'나라가 만들어졌습니다.

 

덕분에 4세기의 근초고왕, 5세기의 광개토대왕과 장수왕, 6세기의 진흥왕 등 삼국시대의 전성기에 대해서 간략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었습니다. 해당 국기를 만든 아이들이 누구인지, 부족장의 이름도 밝히고요. 아이들의 어깨가 으쓱 올라갑니다. 말 그대로 '분단국가'랍니다. 덕분에 학기 초 심드렁하던 아이들까지도 완전히 몰입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뭔가 제 품에 더 들어왔다고 해야 할까요?

자기 분단 안에서도 하나의 국가라며, 서로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단원 도입의 빙고게임을 하는데, 늦춰지는 아이들을 같이 챙겨가기도 하더라고요. 

개구려, 백지, 신초 나라의 국기
개구려, 백지, 신초 나라의 국기

 

이제 각 나라는 체력(점심시간 운동), 지력(매일 숙제 빼먹지 않기), 문화력(싸우지 않기)을 중심으로 통일을 위한 정복 전쟁을 시작합니다. 재미있을 것 같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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