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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교육

파스칼 삼각형보다 500년 빠른 중국의 삼각형? 역사적 사실과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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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칼 삼각형’은 프랑스 수학자 블레즈 파스칼(Blaise Pascal)이 만든 것 아닌가요? 많은 이들이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중국에서는 파스칼보다 약 500년 앞서 동일한 구조의 삼각형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중국 고대 수학 문헌과의 비교를 통해, 과연 이것이 사실인지 팩트체크하고자 합니다.

 

파스칼 삼각형이란?

  • 파스칼 삼각형은 1부터 시작해 양 옆을 1로 채우고, 안쪽 수는 바로 위 두 수의 합으로 채우는 삼각형입니다. 이 삼각형은 이항계수(binomial coefficient)를 시각화하는데 쓰이며, 다양한 수학적 성질을 담고 있어 조합론, 확률, 대수학, 수열 등에 응용됩니다.
  • 많은 교과서와 수학사 자료에서 이 삼각형의 이름은 17세기 프랑스 수학자 파스칼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파스칼이 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아닙니다.

 

파스칼보다 500년 빠른 삼각형의 주인공, 중국의 조충지

  • 중국에서 파스칼 삼각형과 동일한 구조의 삼각형이 이미 6세기경에 문헌에 등장합니다. 그 주인공은 중국 남북조시대의 수학자 ‘조충지(祖沖之, 429~500)’와 그의 아들 조겸지(祖暅之)입니다. 이들 부자가 저술한 수학서에는 이항계수를 배열한 삼각형이 등장합니다. 또한 원주율 계산과 입체 기하학에도 뛰어난 업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 그러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송나라 수학자 양휘(杨辉, 13세기)의 책 《양휘산법(杨辉算法)》에 수록된 ‘양휘 삼각형(杨辉三角形)’입니다. 이 삼각형은 오늘날 파스칼 삼각형과 구조가 완전히 같으며, 이항정리 계산에 활용되었습니다.

 

다른 문화권에서도 존재했던 ‘파스칼 삼각형’

  • 이슬람 수학자 알카라지(Al-Karaji, 953~1029) 역시 이항계수를 활용한 삼각형 형태를 사용했습니다.
  • 이란의 수학자 오마르 하이얌(Omar Khayyam) 또한 같은 개념을 도입하여 일부 지역에서는 이를 ‘하이얌 삼각형’이라고도 부릅니다.
  • 즉, ‘파스칼 삼각형’이라는 명칭은 파스칼이 해당 삼각형의 수학적 성질을 체계화하고 널리 퍼뜨린 공로에 따라 붙여진 것이며, 그 구조 자체는 수백 년 전부터 여러 문화권에서 독립적으로 발견되고 있었습니다.

 

왜 우리는 ‘파스칼 삼각형’으로만 알고 있었을까?

  • 이는 서양 중심의 수학사 기술 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과거에는 동양의 수학 성과가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중국, 인도, 이슬람 세계 등 비서구권 수학의 역사도 재조명되며, 양휘 삼각형, 하이얌 삼각형 등의 이름도 함께 언급되고 있습니다. 

 

파스칼 삼각형은 ‘이름일 뿐’, 수학은 모두의 유산

  • 파스칼 삼각형은 수많은 문화권에서 발견된 수학의 공통 언어입니다. 파스칼은 이를 정리하고 체계화한 인물이지만, 그보다 수백 년 전 중국과 이슬람 세계에서도 이 구조는 이미 존재했고, 실생활에 활용되었습니다. 따라서 ‘파스칼 삼각형은 파스칼의 발명’이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으며, ‘파스칼 삼각형’이라는 이름은 역사적 공로를 기리는 상징적인 명칭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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