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제가 국민학교 6학년이었을 시절.
(이라고 쓰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라 읽는다.)
역사에 대해 1도 관심이 없던 저는, 6학년 사회 시간이 제일 지긋지긋하고 어려웠습니다.
왜 하필 주몽은 유리를 남겨 놓고, 비류랑 온조를 또 낳았는지...
뭔 놈의 나라는 이렇게 세워졌다 무너졌다 하는지...
사이좋게들 지내면 배울게 좀 적으련만, 전쟁은 왜 이렇게 많이 했는지...
그 와중에 나라들은 짝짜꿍(?) 연합하고, 서로들 배신하고 난리들인지...
수많은 도표와, 문화유산과, 사진들은 제게 혼란만 주고 떠나갔습니다.
어린 제게 그 당시 역사는 저와 아무 상관도 없는 저 너머의 이야기였습니다.
어느덧 사회는 지루하고, 외울 게 많은 따분한 과목이 되어 있었습니다. 😅😅
그런데....!
교사가 되어 열어 본 5학년 사회는 더욱더 충격적입니다.
원래도 많은 양을 5톤 트럭으로 깔아뭉갠 듯 압축하여 한 권.. 한 학기에 담다니...!
2학기는 사회 교과 재구성에 힘을 쏟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역사와 똑같이 살아보면 어떨까?
수업을 할 때, 아이 한 명 한 명을 역사 속 인물에 대입해서 역사 이야기로 끌어와 보면 어떨까?
최은주 선생님의 게이미피케이션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우리 반을 삼국 시대로 만들어 보기로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1. 준비물
빨간색 팀 조끼 8개, 하얀색 팀 조끼 8개, 파란색(혹은 노란색) 팀 조끼 8개
빨간색은 고구려입니다.
왜요? '고'구마 색깔이라서요.
하얀색은? 네. 백제입니다.
표'백제'처럼 하얗게 하얗게요...
노란색은? 신라입니다.
박혁거세가 '황금'알에서 태어나서요...
저희 학교는 노란색 조끼를 못 찾아서 파란색으로 입혔습니다..
파란색 옷을 입은 아이들이 많아서요.....🤣
2. 팀 조끼 입기의 효과
조끼를 가져오자, 아이들은 입기 싫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정 입기 찝찝하거나 조끼가 작거나 하는 친구들은 입고 있는 옷을 중심으로 고구려, 백제, 신라를 분배해주었습니다.
예를 들면, 흰 옷을 입고 온 친구는 백제 백성이 되도록요.
처음엔 싫어하던 아이들도, 막상 조끼를 입고 나니 소속감이 드는지, (아니면 체념을 한 건지..) 원성이 잦아들었습니다.
급식 먹을 때도, 되도록 입고 있도록 지도했습니다..!!
그리고 사회 시간에는 최대한 흥미가 유발되도록, 아이들 이름 한 명, 한 명 불러가면서 그 아이에게 역사 속 인물을 대입시켰습니다.
신라에 속한 여학생 중 하나는 머리 긴(?) 법흥왕이 되었고, 고구려의 남학생 하나는 소서노를 사랑한(?) 주몽이 되었습니다.
수업을 하다 보면, 아이들이 쏙 수업에 흡입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지 않습니까?
첫 수업이라 그런 건지, 아이들이 평소보다 사회 수업에 더 흥미를 느끼고 있다는 직감을 받았습니다.😊
1분이라도 동기 유발이 되었다면, 공부에 도움이 된 게 아닐까. 학습지 달달 외우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면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3. 나라 간 경쟁 첫 번째-투호놀이
오늘도 신나게 뒤엎어버리는 교육과정....
체육시간엔 투호 놀이를 합니다.
화살도 그냥 집으면 재미없으니까, 굳이 달리기를 해서
코끼리코 5번을 하고 돌아와서 던지게 했습니다.
게임의 재미를 위해서였으나....
점차 투호와 아이들 간 사이 거리는 좁아지고...
코끼리코는 생략하거나 스쾃으로 대체하게 되었습니다.
1인당 갖게 되는 화살의 수는 3개 정도는 되어야 스피디하게 진행이 되는 것 같습니다.
투호병은 그냥 '고구려', '백제' 이름만 붙이면 재미없으니까 굳이 지도를 인쇄해서 붙였습니다.
(배운 거잖아 애들아, 너희 나라 찾아보렴.....😎)
아이들이 역사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엔 이런 거 왜 해요~~ 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자기 나라가 투호 화살 1개만 넣어도 와 아아아아 아! 펄쩍펄쩍 뛰며 좋아합니다.
앞으로도 ~ 재미있고 유익한 수업을 고민해 보아야겠습니다..! 😍
1단원 정도 마무리 한 다음에는 초능력 피구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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