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변화와 관계' 영역이 부각되었을까?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수학과 교육에 있어서 많은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특징은 ‘변화와 관계’ 영역이 전체 수학 교육 내용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는 점입니다. 예전 교육과정에서는 수와 연산, 도형 등이 상대적으로 중심이었지만, 이번 개정에서는 ‘변화와 관계’가 학생의 미래 역량을 기르는 핵심 축으로 떠오른 것입니다. 왜 하필 지금 ‘변화와 관계’인가? 이 글에서는 그 이유를 교육 철학, 사회 변화, 학습자 중심 교육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정리해보려 합니다.
1. 미래 사회는 ‘관계’를 해석하는 사회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단순한 정보나 기술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구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데이터, 알고리즘, 네트워크, 시스템 등 모든 것은 '관계' 속에서 의미를 갖게 됩니다. 단지 어떤 수치를 계산할 줄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그것이 어떻게 변화하고, 어떤 변수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파악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기후 변화 데이터를 해석하거나, 사회적 네트워크에서의 영향력을 분석하고, 주식의 변동성을 예측하는 것 모두 ‘함수적 사고’와 ‘관계적 사고’를 필요로 합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이러한 사회 변화를 수용하여, 학생들이 수학을 통해 세상과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추고자 했습니다.
2. 함수와 비례 개념은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결
‘변화와 관계’ 영역에서 다루는 핵심 개념은 함수, 비례, 등차·등비수열 등입니다. 이 개념들은 단순한 이론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실제 삶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문제와 관련이 깊습니다. 예를 들어, 휴대폰 요금제를 비교할 때는 선형 함수의 개념이, 시속 60km로 움직이는 자동차의 이동 시간 계산에는 비례식이, 적금이나 이자 계산에서는 등비수열의 개념이 활용됩니다. 이처럼 ‘변화와 관계’ 영역은 단지 수학 문제 풀이를 위한 내용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하는 도구로 기능할 수 있는 지식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이 영역의 비중을 높이며, 수학의 실용성을 교육의 중심으로 가져오고자 했습니다.
3. 학습자의 발달 수준과 수학적 사고의 연결
기존 교육과정에서는 특정 학년에 ‘함수 단원’이 집중적으로 배치되었지만, 2022 개정안에서는 초등부터 중등까지 함수적 사고를 점진적으로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전환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단순히 ‘학년이 되면 배우는 단원’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관계 중심의 사고방식을 기초로 길러나가는 구조를 취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초등에서는 단순한 규칙 찾기와 대응 관계에서 시작하여, 중등에서는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고 그래프로 시각화하며, 고등에서는 미분·적분을 통해 연속적인 변화까지 탐구하게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이 ‘변화와 관계’라는 하나의 개념적 줄기 위에서 성장하는 구조인 것입니다. 이런 구조는 학생들의 인지 발달을 고려한 수학 교육을 가능하게 하며, 수학을 ‘외우는 과목’이 아닌 ‘생각하고 연결 짓는 과목’으로 재인식하게 해 줍니다.
4. 융합 교육과 창의성의 기반으로서의 함수적 사고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융합 교육(STEAM), 프로젝트형 학습,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와 같은 새로운 학습 요소들을 적극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교육적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수학적 기반 중 하나가 바로 ‘함수적 사고’입니다. 왜냐하면 함수적 사고는 변화하는 두 현상 간의 규칙성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상황을 예측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즉, 과학, 공학, 기술, 사회 문제 해결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와 관계’의 수학적 구조를 이해하는 능력은 창의적 사고의 근간이 되는 것입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변화와 관계’ 영역이 부각된 것은 단순한 단원 재배치가 아니라, 수학 교육의 방향 전환을 의미합니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문제 해결력과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 수학은 이제 더 이상 수·연산과 도형에 머물 수 없습니다. 학생이 변화하는 세상을 수학적으로 바라보고, 다양한 현상의 관계를 읽어내는 힘을 기르는 것, 그것이 바로 ‘변화와 관계’ 영역이 강조된 진짜 이유입니다. 앞으로의 수학 교육은 계산기보다도 인간의 ‘해석력’이 중요해지는 시대. 우리는 그 출발선에 서 있는 셈입니다.